지구의 다양성을 지키는, 로컬 스타트업





시골에서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시골살이를 꿈꾸다가도 ‘일’을 생각하면 머뭇거려지게 됩니다.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시골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시골 직업 (줄여서 '당알시')? 에서는

나만 알고 싶은 요즘 시골 직업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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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주식회사 밭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미소입니다. 저희는 2년 정도 된 회사고요. 춘천에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주식회사 밭은 어떤 일을 하나요?

외부에서 대부분 저희를 감자빵을 판매하는 회사로 보세요. 하지만 저희 내부에서는 감자빵이 저희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감자빵이 현재 매출의 95%이고, 감자빵으로 시작했지만, 단순히 F&B 회사가 아니라 농업의 구조를 혁신하는 기업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감자빵은 종의 다양성, 식량 주권, 농가 소득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수단이었던 거지 목적이 아니에요. 만약 이 문제를 감자빵보다 더 효율적이게 풀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당장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요. 다만 지금 저희가 생각했을 때 다양한 품종의 소비 시장을 만들어내고 업의 시선을 바꾸는 데 있어서 감자빵이 너무나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서 우선 감자빵을 만들고 있어요.

 

로컬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자원이 풍부한 도시와는 다를 것 같아요. 어떤 점이 다를까요?

일단 저희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농업농촌의 불균형 해소, 사회 구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소셜 벤처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좀 다를 것 같아요. 저희는 두 가지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첫 번째는 우리가 고객들한테 어떤 추가적인 가치들을 더 제공할 수 있는가예요. 두 번째는 우리 조직이 어떤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어떻게 더 지속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예요. 그래서 저희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고, 나만의 가치를 가꾸는 것’을 고민해요. 어떤 회사들은 입사하면 대표의 인사말부터 시작한다든가 ‘우리는 어떤 회사이고 너는 우리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식이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당신은 어떤 사람이고 나로서 이곳에서 어떻게 밭다움을 만들 수 있는지’ 묻는 것으로 시작해요. 이런 점들이 아마 다른 회사와 가장 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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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배 같은 회사다’라는 말한 것을 봤어요. 조금 더 설명해줄 수 있나요?

저희는 누가 우리 공동체의 일원인가 질문했을 때 우리 밭의 조직원만 우리 구성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의 가치에 동참하는 78억 모든 인구를 구성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응원하고, 마음으로 지지하며, 자신만의 성장할 수 있는 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모두 밭 사람인 거죠. 그래서 우리 내부에서 조직원으로서 함께할 수 있지만, 외부에서도 동지로서 함께 할 수 있다고 봐요. 그 사람이 자신의 인생 주기상에서 우리 내부에서 함께 할 때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아니면 외부에서 함께 할 때 더 성장할 수 있을지에 따라 밭이라는 배를 타거나 내릴 수 있는 거죠.

 

조직원들을 크루라고 불러요. 이유가 있나요?

우리가 다 같이 ‘항해’한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했어요. 직원보다는 우리는 공동체라는 의미가 더 강한 것 같아요. 보통 직위와 직급이 자기 자신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내가 팀장에서 내려오면 직위를 박탈당하는 것이고, 내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직위나 직급은 얼마든지 기민하게 바꿀 수 있고, 이에 동의한 사람들이 모여있다고 생각해요. 저만 하더라도 얼마든지 저보다 대표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대체될 수 있지요. 그래서 크루라는 단어를 사용해요. 직급과 직책은 회사 내에서 사용되는 것일 뿐, 회사 밖을 나오면 동네 언니, 동네 아줌마가 될 수 있는 거죠.

 

로컬에서 주거와 삶이 가까운 편이잖아요. 여기에서 오는 좋은 점 혹은 불편한 점이 있나요.
저는 공적으로 존재하는 것과 사적으로 존재하는 것의 스위치를 확실하게 바꾸는 편이에요. 조직원 중 누군가가 퇴사하겠다고 할 때를 예를 들어볼까요. 공적인 대표로서는 이 사람을 붙잡고 싶을 수 있어요. 행여 그 사람은 전혀 성장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차원에서는 필요하므로 남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단 말이에요. 하지만 사적인 이웃으로서 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봤을 때 “여기에서의 네 역할은 다 됐다. 이제 다른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야 네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해야겠죠. 이럴 때 개인적인 측면과 회사 대표로서의 측면이 상충해요. 그래서 저는 회사 안에서는 네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회사 밖에서는 개인으로서 말해주죠.

 

그러면 회사에서 하는 말과 밖에서 하는 말이 좀 다를 수 있겠네요.

맞아요. 최대한 같은 시기 안에 스스로 스위치를 끄고 켜서 바로 따로 얘기를 해줘요. “대표로서는 미안하지 않으나 개인적으로는 미안하다”라는 말은 하곤 해요. 그러니까 에너지와 시간이 한정되기 때문에 보니 효율성을 위해서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럴 때 조직의 대표로서는 탑다운 방식으로 누를 수밖에 없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좀 더 에너지가 많고 더 실력이 있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됐을 텐데 미안하다”라고 해요.

 

그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구성원 모두가 자기 객관화 잘 해야 할 것 같아요.
그것도 맞아요. 저희가 최근에 로고 리뉴얼을 하면서 드디어 ‘농부’라는 인재상을 명확하게 했거든요. 예를 들어서 농업계에는 명인이라는 사람이 있어요. 전국에 60명 정도 있는데 품목당 거의 한 명뿐이에요. 참외 명인, 복숭아 명인 이렇게요. 그 명인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가장 달고 가장 맛있는 참매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에요. 사실 맛은 시기와 환경에 따라 늘 변화하잖아요. 기후가 변하듯 땅도 늘 변하죠. 그런데 20년 동안 늘 똑같은 질의 사과를 생산하고 똑같은 참에 생산을 하는 사람이 명인이 돼요. 그 한 해 동안 가장 맛있는 사람이 명인이 되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저희는 매년 똑같이 10년, 20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사람, 당장에 금 10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금을 1돈, 2돈씩 계속해서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농부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하나를 예로 들면, 농부들은 항상 “결국엔 다 자연이 한 거”라고 말해요. 나는 씨만 심었을 뿐 이거를 물을 주고 기르고 했던 건 사실 내가 한 것이 아니라고요. 이에 빗대어 저희의 인재상은 나의 공을 조직원들과 나눌 수 있는 사람, 반대로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정했어요. 이렇게 모두 ‘농부’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어요.

 

농업과 농부의 스토리를 브랜드에 녹여내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저는 브랜딩을 대학교 때 잠시 배웠지만, 사실 제 남편은 농업인으로서 그 누구보다 농업과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하던 사람이에요. 그게 저는 춘천에 또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20대 때는 서울에서 살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세계에서 가장 IT 창업을 하기 좋고 가장 트렌디한 도시라서 인풋이 많기 때문이에요. 동시에 가장 큰 단점 역시 인풋이 지나치게 많아서 소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에요 반면 지역에는 여백이 많아요. 그 여백을 채울 수 있고, 자신의 시간을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이전에 서울에서 인풋 됐던 것들을 춘천에서 풀어내면서 우리만의 것들을 만들어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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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밭의 조직 구조가 궁금해요.
일단 저희는 크게 뿌리 본부, 잎 본부, 열매 본부, 가지 본부 네 본부로 이루어져 있어요. 뿌리 본부에서는 경영 지원 일을 맡아서 하고요. 잎 본부는 생산, 열매 본부는 운영, 그리고 가지 본부는 CX를 맡고 있어요. 특히 가지 본부는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스쿼드라는 세부 조직으로 운영돼요. 하나의 스쿼드에 디자이너, 기획자, MD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각 팀이 프로젝트를 할당받아서 온전하게 자기의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 수 있도록 하죠. 또 AND(Agriculture and Development)라는 HR팀에서는 우리 조직의 컬처 즉, 밭다움을 연구해요.

 

스쿼드라니, IT 스타트업 조직 구조와 비슷한 것 같아요.
네, 저희도 예전에는 상품 기획팀, 디자인팀 이런 식으로 구분되어 있었어요. 사실 이게 가장 안전한 구조이기는 하지만, 한 개인이 성장하기는 어려운 구조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조직 개편을 하게 되었어요.

 

왜 성장하기 힘든 구조인지 좀 들어볼 수 있나요.
기존의 방식은 결국 하나의 일을 N분의 1로 나누는 방식이기 때문에 한 명의 맨파워에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모두가 조금 더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게끔 하려면 스쿼드같은 구조를 가져가야겠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A to Z로 경험해볼 수 있게끔 하는 거죠.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거죠.

 

유독 로컬에는 제너럴리스트가 많은 것 같기도 해요.
근데 저는 그게 사회적 기조라고 생각을 해요. 앞으로의 사람들은 점점 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 가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로컬이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라고 생각해요. 찰스 다윈이 “살아남는 종은 가장 똑똑한 종도, 가장 강한 종도 아니고,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다”라고 말하잖아요. 저는 물론 자기만의 주특기이자 전문 분야도 있어야 하지만, 점점 더 전체 맥락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도 먼저 이런 조직 구조를 가져가는 것 같아요.

 

그러면 밭에서 추구하는 인재상, 밭에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첫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의 밭을 가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예요. 일은 정말 잘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물론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들어왔으면 자신을 알아가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공동체 의식이 있는가예요. 조금 서정적이기는 한데, 저희는 이를 인류애라고 표현해요. 밭의 존재 이유가 지구 공동체와 농촌을 되살리기 위해서예요. 이 가치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함께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저희에게는 ‘밭’ 다운 태도, ‘농부’가 될 자신이 있는가, 자기 자신의 ‘셀프 리더’기 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해요.

 한편으로는 공동체라고 하는 게 오해되기 쉬운 단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가족 같은 회사’와는 다르잖아요. 그 공동체에 관해 조금 더 설명해 줄 수 있어요.
저희는 밭의 일원이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에 동참하는 78억 인구 중 누구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류애라고 표현한 거예요. 인류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우리 조직에는 큰 이득이지만, 인류에게는 해를 끼치는 일이면 진행하기 어려운 거죠.

 

특히 요즘은 채용 브랜딩이 나올 정도로 회사와 알맞은 인재상을 뽑는 일이 중요해졌잖아요. 로컬 스타트업으로서 채용에 고민하는 지점이 있나요?
저희가 규모가 커지면서 채용이 급하다 보니까 내부에서 링크드인을 결제하려고 하거나, 이미지를 예쁘게 만들어 올리려고 하더라고요. 그 두 개 다 거절했어요. 저는 오히려 그걸 보고 오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의 가치에 동조하는 사람이 와야지 우리가 연봉을 높이거나, 복지를 강조해서 오게 되면 분명히 실망할 거예요. 밭의 가치에 충분히 공감하는 사람만이 춘천까지 올 수 있어요. 급하게 마음먹는다고 해서 우리와 뜻이 맞는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절대 조급하지 않으려고 가장 노력해요. 빈자리가 있더라도 저희와 뜻이 맞는 사람이 올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그 자리를 비워준다는 게 저희의 기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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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가지기 쉽지 않은 기조인 것 같아요. 밭의 조직원이 100명으로 커졌을 때, 대표님 개인적으로는 어땠어요.
사실 저는 인생의 최악을 경험했어요. 내가 이렇게 무능하구나 하는 것을 매일매일 느꼈어요. 그 과정에서 제로 투 원을 만든 크리에이티브로서의 삶을 정리하고 1에서 2, 2에서 4로 가는 지속 가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우리 조직원들도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생산성이 후퇴하는 경험도 하고, 함께 이 기조를 변경해 갔어요. 결과적으로 그게 저희 밭만의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밭과 대표님이 앞으로 꿈꾸는 목표와 방향이 궁금해요.
저희의 방향은 정말 심각하게 서정적이에요(웃음). 78억 인구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게 꿈이거든요. 78억 명이 목표다 보니 처음에는 매일매일이 챌린지고 전쟁 같은 거예요. 우리는 더 임팩트 있고 더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어요. 하지만 그건 창업자의 의지일 뿐, 창업자와 CEO의 역할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제가 창업자이자 CEO의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므로 제가 이 일을 더 지속가능하게 경영하려면, 단 한 명이라도 우리의 가치를 응원하는 사람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제가 CEO로서 이 길을 계속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창업가로서는 단기적으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이상하고 있는 미래를 보면서 가려고 해요.

 

지금은 대표님이 창업가이자 CEO이지만 앞으로는 CEO 자리를 떠날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밭은 계속 상시 모집이라고 하셨잖아요. 지금도 계속 채용 중이신 건가요?
네. 저희는 상시 오픈되어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10년차 이상의 시니어를 모집하고 있어요. 채용 공고가 나와 있지 않지만,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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